터미널로 이사한 서커스컴퍼니의 AI 팀파워

모니터 여섯 대에 터미널과 유니티 에디터가 떠 있는 서커스컴퍼니의 작업 화면. 2026년 7월.
2026년 여름, 우리가 모이는 곳 — 터미널입니다.
세 줄 요약· AI를 전면 도입해 대부분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회의는 짧게 중요한 것만 — 대부분은 터미널에서 MD로 일합니다
· 30명이 필요했던 개발을 5명이 두 달에 완료 — 비결은 정확한 목표와 의미, 시스템
· 사람의 일은 전략·방향·결정·책임, 그리고 AI가 못 보는 것을 보는 일로 선명해졌습니다

월요일 아침 회의가 사라진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주간 회의 대신 —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에 더 집중합니다.

기획 회의, 디자인 리뷰, 개발 일정 회의, 마케팅 회의. 달력을 채우던 회의 시간들은 자동화했고, 터미널에서 md 파일로 모두 정리합니다. 우리가 모이는 곳은 슬랙도 회의실도 아닌 터미널입니다.

2025년 3월에 시작된 변화입니다. 이 글은 그 뒤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기록이고, 앞으로 이어질 연재 「터미널에서」의 첫 편입니다.

2025년 3월의 회의 풍경 — 아이디어 하나에 너무 많은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화이트보드 앞에 열한 명이 둘러앉은 회의. 2025년 1월.
2025년 1월, 도입 두 달 전의 회의.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 목록이 가득합니다.

기획팀이 문서를 만들고, 디자인팀이 시안을 그리고, 개발팀에 물었습니다. “이거, 개발이 되나요?”

시장조사를 하고, 기술조사를 하고, 관리툴에 티켓을 쌓고, 회의로 주간을 채웠습니다. 각 팀은 각자의 전문성 안에서 일했고, 파트와 파트 사이를 문서와 회의가 이었습니다.

2020년에는 서른 명이 함께였습니다. 모두가 의기투합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도 프로젝트 서너 개를 동시에 돌리면 밤이 짧았고, 하나를 마치는 데 1년이 넘게 걸리곤 했습니다. 인력과 실력이 모자랐던 게 아닙니다. 늘 시간이 부족했고, 해야 할 일과 단계가 많았습니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하는 크루들. 2020년 봄.
2020년 봄. 서른 명이 함께 일하던 시절의 회의.

서른 명의 일을 다섯이 — 목표와 시스템, 방향이 정확하다면 가능합니다

그때 서른 명이 밤을 새워도 부족하던 시간이, 지금은 개발 크루 다섯이 두 달이면 그 이상을 해내는 시간이 됐습니다.

비결은 사람을 쥐어짜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목표와 의미, 그리고 시스템 — 그 위에서 AI와 협업하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흐리면 AI는 빠르게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첫째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풀 것인가”의 정의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고전 『맨먼스 미신』은 반세기 전에 “늦어진 프로젝트에 사람을 더 넣으면 더 늦어진다”고 썼습니다. 다섯 명이 소통하는 길은 열 갈래지만, 서른 명이면 사백서른다섯 갈래가 됩니다. 달라진 것은 하나 — 이제 다섯 명 곁에 지치지 않는 협업자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서른 명이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쏟은 최선이 오늘 우리의 바탕입니다. 늘 모자라던 시간이, 이제야 채워진 것입니다.

터미널로 이사했습니다 — 크루 전원이 서버에서 일합니다

처음에는 도구 하나를 들인 것뿐이었습니다. 지금은 크루 전원이 터미널과 5대의 서버에서 협력합니다. 여섯 나라에서 온 크루가 같은 서버에 접속해서, 각자의 화면에서 AI와 함께 일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음성으로 녹음하고, 크루들과 공유하고, AI로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다시 크루들과 방향을 설정하고, 개선 방향과 가치를 수립한 뒤 터미널에서 다시 만납니다.

AI와 함께 더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고, 검증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듭니다. 되는지 가능한지 물어보는 대신, 직접 바로 만들어서 확인합니다.

그날 테스트 서버에 올리고, 바로 카나리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수정하고 다시 계획합니다. “개발이 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팀에는 없습니다. 생각은 곧 실행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밤, 모니터마다 코드와 빌드 화면이 떠 있는 터미널 자리.
터미널의 밤. 빌드와 검증은 사람이 잠든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디자이너가 유니티 빌드를 올립니다. 시장조사를 하고, 전략 문서를 씁니다. 기획자가 코드를 읽고, 개발자가 카피를 다듬습니다. 직능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각자가 가진 원천 능력 위에, 전 과정이 열린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함께 웃고 있는 지금의 크루.
지금의 크루. 각자의 화면 앞에서, 함께 일합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이 지금 라이브에 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을 읽어주는 싹따네, 아이들의 AR 학습앱 점프, 종이로 돌아간 재미나, 광고 없는 게임 플랫폼 퀴가와 성격분석 퀴가128, 그리고 와그작 플레이. 대부분 51개 언어로 전 세계에 서빙됩니다.

AI가 절대 해주지 못하는 일 — 사람의 일은 오히려 선명해졌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만드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전략과 방향을 세우고,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지는 일. 이건 AI가 해주지 않습니다. AI는 시키는 것을 빠르게 잘 만들지만, 시킬 것을 정하는 건 언제나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 AI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일입니다. 잘 만들어진 결과물 안에서 어긋난 한 줄을 찾아내고, 그럴듯한 화면에서 “이건 우리답지 않다”를 가려내는 일. 우리는 만들어 놓고 버린 것이 만들어서 내보낸 것보다 많습니다.

지난 글에서 딸깍은 없다고 썼습니다 —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은 같습니다. 결국은 애정과 끈기, 그리고 목표가 얼마나 확고한가입니다.

목표와 시스템이 있다면, 서른 명이 필요했던 개발을 다섯이 할 수 있다.

효율과 핏 — 그리고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 하나

“그럼 사람이 덜 필요해지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솔직히, 같은 일에 필요한 손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직을 줄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효율과 핏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AI는 사람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원천 능력을 배가시켰고, 그래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실행하는 단계가 왔습니다. 모두가 기획자이고, 디자이너이고, 개발자이고, 전략가인 팀 — 그게 지금의 서커스컴퍼니입니다.

이 연재는 계속됩니다. 디자이너가 유니티 개발과 시장조사까지 해낸 이야기, AI로 안 됐던 것들의 목록, 51개 언어를 다섯이 운영하는 방법 — 우리가 경험하고 실행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 보겠습니다.

다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팀은 무엇으로 팀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여기에 쓰겠습니다.

AI와 함께한 1년의 결론 — 딸깍은 절대 없다

버튼 한 번에, 클릭 한 번에 완성되는 마법은 없었습니다. 좋은 것은 전부 사람의 목표와 끈기, 그리고 검증을 거쳐서만 나왔습니다.

AI는 기적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진심으로 임하는 팀에게 시간을 돌려줍니다. 그 시간으로 우리는, 다음 것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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